물·바람·빛 – 국토 11
조태일
물과 물은 소리 없이 만나서
흔적 없이 섞인다.
차가운 대로 혹은 뜨거운 대로 섞인다.
바람도 바람도 소리 없이 만나서
흔적 없이 섞인다.
쏜살같이 혹은 느릿느릿 섞인다.
한 핏줄끼리는 그렇게 만나고 섞이는데
한 핏줄의 땅을 딛고서도
사람은 사람을 만날 수가 없구나
사람이면서 나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구나.
Water, Wind, and Light – Land 11
Jo Taeil (1941-1999)
Water and water meet in silence
And mingle without a trace.
Whether cold or hot, they mingle as they are.
Wind and wind, too, meet in silence
And mingle without a trace.
They mingle either swiftly or leisurely.
While things from one lineage meet and mingle as such,
Even stepping on the land of one lineage,
People cannot meet people.
I’m a person, but I cannot meet a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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