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 김남조
바람 부네
바람 가는 데 세상 끝까지
바람 따라
나도 갈래
햇빛이야
청과 연한 과육에
수태(受胎)를 시키지만
바람은 과원(果園) 변두리나 슬슬 돌며
외로운 휘파람이나마
될지말지 하는 걸
이 세상
담길 곳 없는 이는
전생에 바람이던 게야
바람이 의관(衣冠)을 쓰고
나들이 온 게지
바람이 좋아
바람끼리 훠이훠이 가는 게 좋아
헤어져도 먼저 가 기다리는 게
제일 좋아
바람 불며
바람따라 나도 갈래
바람가는 데 멀리멀리 가서
바람의 색시나 될래
Wind . kim nam jo
The wind is blowing.
Where the wind blows
to the end of the world
I would follow.
Sunlight:
you nourish
the soft-skinned fruit,
but it is the wind that whispers
round the borders of the orchard,
almost but not quite the lonely
whistler.
Those without a place
to hold them in this life
may have been the winds
of a previous life.
Wearing coat and hat, the winds
may have come to visit.
Fond of the wind, I would go
as the winds go.
They go together,
and though they part,
one goes ahead and waits.
That is what I like
best in the winds.
When the wind blows
I would go with it.
Where it goes, far and far away
I would be its b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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