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시인
출생 : 1952년 충남 연기군
학력 : 고려대학교 독문과 졸업
데뷔 : 1979년 문학과지성 '이 시대의 사랑' 등단
수상 : 2017.05. 제27회 편운문학상 시 부문
그리하여 어느 날 , 사랑이여
최승자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꽃아다오
So, One day, Love
Choi Seung ja
A spoonful of rice, a drop of tears
what to fill,
Even if you eat rice wrapped in tears,
No matter how much you love me
no matter how much I may love you
I’ll have to chew today’s chicken
I’ll have to swallow today’s tears.
Therefore let’s stop speaking in metaphors
everything is definite like concrete
everything is a concrete wall.
It’s not a metaphor but a fist,
and there’s only the fist’s pulverizing.
Let’s stop trying to achieve what can’t be achieved
Let’s not say we have achieved the vanity of vanities
Go — be it love or lover,
to love is not to die for you.
To love is to live
for you,
and to wait.
Only, to be mercilessly broken.
In that way, one day, love,
tear my body to pieces.
Break off my arms and legs
and place them in your vase.
'● 국내 번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백 . 밤의 고독 (0) | 2022.10.11 |
---|---|
이용악 . 다리 우에서 (1) | 2022.09.23 |
이정하 . 고독하다는 것은 (2) | 2022.09.22 |
박건호. 빗소리 (0) | 2022.09.14 |
이성복 . 나는이 녹색 색조가 싫다 (0) | 2022.09.09 |
조태일 (물·바람·빛 – 국토 11) (0) | 2022.09.09 |
김재진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0) | 2022.09.08 |
김춘수 . 꽃 (0) | 2022.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