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고독
趙司翼
여름 풀밭 위를 웅얼거리는 바람이 그립고
그 움직이는 구체들 사이에서 엄숙하기 위해
하느님도 좋고, 부처님도 좋고,
내 작은 생각 뉘일 수 있게 공간 하나 내어 달라고 하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될까
충만된 분노를 회상하려 해도
내가 지닌 한정된 말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빈센트 반 고흐의 '황갈색 돛'을 타고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생각하면서
음울한 세상이라 해도 아무렇게나 맞서기엔
인생이라는, 그 앞에 수많은 묘수가 놓여 있고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동결된
외롭고 고독한 피로에서
언제까지 찌푸린 얼굴을 임신하며 양산하는
몽환적 그늘 밑을 웅크리고 살 것인가
술상을 앞에 놓고 존재의 의미를 각색하면서
내 슬픈 인연들과 작은 파티를 연다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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