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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

카슈미르에서 온 엽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4. 4. 24.

 

카슈미르에서 온 엽서
趙司翼
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흑백 네거티브로
히말라야 그 웅장했던 모습을,
멈춘 기억은 본질이 갖는 변동성마저 묶어 놓고
무심하게도 뜻 모를 영속성만 증폭된 세월이었다
눈 날리는데 카슈미르를 출발하던 날
배낭에서 꾸깃 깃 엽서 한 장
그냥 버리기가 아쉬워서였을까
발신인도, 수신인도, 'David cho'라 하여
생각 없이 우체통에 넣었는데
그 오랜 세월 죽지도 않고
어찌 살았는지!  찾아왔는지!

숙소 우체통에서 엽서를 발견하던 순간
기억의 초점마저 흔들거리고
일련의 활성물질처럼
세월에 시들어 가던 세포가 되살아 나면서
省察하는 마음 가지려 해도
굳어버린 내 인생 불가피성이 마음 아프다

 

 

2004년 10월 26일 
카슈미르를 출발하면서 보낸 그림엽서가
9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지나
2013년 03월 18일, 일본 숙소에 도착하였다

 

가능한 일이라기보다는
분명한 현실인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영혼의 장막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신들의 기만적인 행동이 아니고서야..!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행동..!
엽서를 받은 후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이듬 해인 2014년 여름방학 
카슈미르를 찾아가서
숙소 뒤편 산기슭에 있는 계곡에서
술과 과일, 과자를 챙겨서 제사를 지내고 돌아온 후로
알 수 없는 무겁게 짓누르던
무언가로부터 해방된 기분을 찾게 되었다

 

▶ 갤러리 - https://ykcho.ivyro.net/Gallery/0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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