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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

그저 바라만 보았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9. 21.

 

그저 바라만 보았다

趙司翼

바람이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해안가 수평선 멀리 모래 풍이 걸어온다
높은 들창 가에 하늘이 찰락거리고
몸을 웅크려봐도 종달새에겐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다
절박한 나의 손짓이라고 해봐야
새의 깃털처럼 떨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악마의 행동이라 말하기엔
이 모든 것들이
엘니뇨로 몸살을 통곡하는
지구의 절박한 경고의 말을 외면한 탓이다

보면서, 보고 있노라니
오후의 햇살도 잠시 그림자 깊어지면서
비바람 울음도 희미해지고
격렬하던 나무들 몸짓 모두
주저앉아 울부짖는 통곡뿐이다
정체불명의 으르렁 소리는
멀리 있는 몇몇 집들사라지는 소리였다
널브러진 거리는 인간 울음이
움푹 파인 자연은 지구 울음이

 

편집등록 . 신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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