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趙司翼
이슬 촉촉한 밤을 웅크린 수탉이 몸을 터는 동안
새벽을 뿌리치며 투명한 빛줄기가
열린 문틈으로 기어 드는 햇살 모습에서
이릴 때 고향집 옛 생각들이
목화꽃 익어 가는 너른 벌판처럼 쓸쓸해 온다
그 숱한 나날 개울가를 여동생과
징검사리 새우 잡던 기억이 머뭇거리고
부뚜막서 밀 빵 굽던 할머니가 희끗희끗 생각이 난다
어느새 나뭇잎이 불긋거리고
바람벽을 갈대가 부르짖는 이러한 날
아득히 기억도 기억이지만
첩첩한 세월 거느리느라
노을 길 산등성 산마루를 떠돌다가
홀로 그렇게 그런 가을 외로이
달 푸른 밤을 그리운 것들만 오고 가는
이러한 가을로 외롭고 쓸쓸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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