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을 달빛 아래
趙司翼
전직 교장선생네 철 지난 장미꽃이 덩굴 담에 피었다
마루 등 불빛을 풀벌레 소란스런 밤
'슈퍼 블루문'은 이토록 그리움을 던져 놓고
이천삼십칠 년을 기약하며 그렇게 멀어져 간다
어느 한세월이 날리듯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데
우리 이렇게 이별하는 동안
안개꽃 같은 은하수 어린 눈빛도 쓸쓸하고
오늘 같은 수없는 밤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그 무엇도 이별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외로운 밤이다
바쁘게 귀로(歸路) 길이면서 누가 오라고 했나
살랑살랑 갈바람은 나뭇잎새 훑어 놓고
오늘처럼 가을이 올 적마다
모질고 싸늘한 기억 헤매게 될까 가 두렵다
은행나무 질끈 동여 맨
빨랫줄에서 흰색 모시적삼이 졸고 있다
너와 나는 지구 위를 조용히 지나가는 중이다
2023.08.31 밤. 이웃한 교장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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