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8. 23.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趙司翼

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등불 삼아 말없이 간다
극지점이 물결치듯 녹아내리고
대륙이 활화산처럼 불타 오르고
갈기갈기 대지는 내장을 드러 내놓고
피눈물 잦아질 날 없는
세상 소리 피해 가듯 여름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간다

대지가 몸을 달구고,  바닷물 끓어 오르고
네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소연(蕭然)하랴

갈색 구름 하늘 많아지면 
캔버스 속 푸른 풍경이 그리울 것만 같고
귀뚜라미 원음 잦아질 때면
어느 낯선 골짜기에서 펑펑 널 찾아 헤맬 것 같다
벌링턴 언덕에서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너를 '여름'이라 말하며 잊지 않겠다
시낭송 같은 봄이 가고
수선화 꽃 질 때 우리 만나자

2023.08.21 - Burlington 언덕에서

'■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밤을 달빛 아래  (28) 2023.09.01
기내에서  (29) 2023.08.31
여름은 그렇게 잊힌 이름이 된다  (27) 2023.08.25
노천카페 샤갈의 마을  (35) 2023.08.24
아름답다는 것  (18) 2023.08.22
허드슨강 노을에 젖어  (9) 2023.08.15
구릿빛 8월 이야기  (7) 2023.08.09
장자도에도 불타는 여름은 있었다  (10)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