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잔물결 . Waves of the Danube
趙司翼
수많은 피의 역사를 내색 않고
유속에 묻고 흐르는 강은 오늘도 아무런 말이 없다
물살 그 거친 저항도 품어 안고 흐르는 뜻을
나도 알고 있기에 마음이 아파서
역사 속, 숫한 그 당시가 내 눈가를 그렁거린다
주변을 서성이던 몇몇 사람들이 묻는다
누구냐고?
묻지 마세요
나는 정치인도, 명상하는 사제도 아닙니다
잠시 머물다 갈 여행자일 뿐이며
전쟁에 참여한 적 없고 영웅시되는 인물은 더욱 아니며
이 순간 그저 고요한 다뉴브강을 내려다볼 뿐입니다
부다페스트 하늘 아래
나지막이 비탈진 언덕배기 햇살 가득한 카페에서
어느 나라 어느 시인들이
이 카페에 머물다 갔을까만 생각하다 갈 겁니다
누가 물어도 또 누가 힐끗거려도 개의치 않고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그리고 요즘 이야기까지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기고 갈 겁니다
현무암을 주춧돌로 철판 위를 달리는 열차를 보자 하니
동유럽의 밤을 번뜩이는 유성 같고
우주의 완성된 궤도를 달리듯 물결 일렁이는데
지금까지 듣고 본 적 없는 지난 이야기들을
아무 말 않고 흐르는 다뉴브강 잔물결이 말해줍니다
국적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가릴 것 없이 여러 시인들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콧노래 흥얼거리며까지
오고 가는 거리의 시선들을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로마에서, 파리에서, 뉴욕에서, 남미에서
동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대의 시인들이 날로 날로 다녀갔다 합니다
2021.04.10
편집등록 신유라 BGM : 다뉴브강의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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