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 . 등산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0. 18.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趙司翼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알프스에 나를 남겨두는 것이고
내 의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가 되면
처음 가는 길을 통과하는 관문이 될 것이기에
친구들이여!
마지막 인사 나누지 못하고 떠나 감을 용서하게나

전신을 훑고 조이어 오는
언 목구멍에서 마지막 긴 호흡을 내뱉는 동안에도
극락 가는 길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순간, 산을 떠도는 영혼 울부짖음이 메아리 진다

여기가 신이 죽었던 그 자리인가?
달 뜨지 않고, 별 안 보이고,
온기 없는 창백한 태양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부터 굳어진 공포 속에
간혹 어둠을 지저귀는 새들 울음만 들려온다

엄청난 공포가 아니라
불일치하게도 놀랍도록 화려함이
내 존재에 대한 이승에서 마지막을 알리는 듯
그 신비한 마법에 끌려 빨려 들 때마다
바닥 없는 구덩 안으로 내가 영원하기를 갈망한다


나 이제 광기로 끓는 세상 떠나려 하네

천국으로의 출현을 위한 마지막 길 가는데도
신의 끔찍한 비명이 오히려 영광스럽기까지 한
이제 이승과 영원히 작별할 때가 온 것 같아서
빙벽을 버티며 하소연하던 피켈을 놓아야겠다

 

친구들이여!
사랑하는 내 아내에게 전해주오
또 내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해주게나
남편은, 아버지는,
저승 가는 길, 기꺼이 웃으면서 갔다고

나의 친구들이여!
빙벽에서 피켈을 뽑아 내 손에 쥐어주게나
천국 가는 길,

또한 빙벽일지 몰라 가져가려네

2012.10.15 - 융프라우(Jungfrau)

 

 

 

 

  편집등록   성우혁      BGM -  G.Clefs(I Understand)  

'▣ 여행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장의 밤  (0) 2022.10.29
탕가니카 호수  (2) 2022.10.25
국경마을 칸다하르  (0) 2022.10.23
다뉴브강 잔물결  (1) 2022.10.21
부르카  (0) 2022.10.12
'페이즐리'라는 이름의 소녀  (1) 2022.10.03
이슬람 문화가 갖는 공포  (1) 2022.10.01
애디론댁 산'에서 만난 가을  (0) 2022.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