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趙司翼
어느 날 내가 산에서 죽는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알프스에 나를 남겨두는 것이고
내 의식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가 되면
처음 가는 길을 통과하는 관문이 될 것이기에
친구들이여!
마지막 인사 나누지 못하고 떠나 감을 용서하게나
전신을 훑고 조이어 오는
언 목구멍에서 마지막 긴 호흡을 내뱉는 동안에도
극락 가는 길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순간, 산을 떠도는 영혼 울부짖음이 메아리 진다
여기가 신이 죽었던 그 자리인가?
달 뜨지 않고, 별 안 보이고,
온기 없는 창백한 태양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부터 굳어진 공포 속에
간혹 어둠을 지저귀는 새들 울음만 들려온다
엄청난 공포가 아니라
불일치하게도 놀랍도록 화려함이
내 존재에 대한 이승에서 마지막을 알리는 듯
그 신비한 마법에 끌려 빨려 들 때마다
바닥 없는 구덩 안으로 내가 영원하기를 갈망한다
나 이제 광기로 끓는 세상 떠나려 하네
천국으로의 출현을 위한 마지막 길 가는데도
신의 끔찍한 비명이 오히려 영광스럽기까지 한
이제 이승과 영원히 작별할 때가 온 것 같아서
빙벽을 버티며 하소연하던 피켈을 놓아야겠다
친구들이여!
사랑하는 내 아내에게 전해주오
또 내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전해주게나
남편은, 아버지는,
저승 가는 길, 기꺼이 웃으면서 갔다고
나의 친구들이여!
빙벽에서 피켈을 뽑아 내 손에 쥐어주게나
천국 가는 길,
또한 빙벽일지 몰라 가져가려네
2012.10.15 - 융프라우(Jungfrau)
편집등록 성우혁 BGM - G.Clefs(I Under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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