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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잊힌다는 건 너무 슬플 것 같아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0. 9.

잊힌다는 건 너무 슬플 것 같아

趙司翼

자주색 가방을 든 갈래 머리 소녀였을 때 약속이라

너도 나처럼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그래도, 그래도, 간직하고 살았는데
간밤을 소스라쳐 깨어보면
까막눈처럼 지워져 가는 이 모든 기억이
잊힐까 두려워 눈물짓는 슬픔보다
내 의지로 지울 수 있을 때
아린 마음 견디고라도 우리 추억을 잊어야겠다

교문 밖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보아뒀던 
하굣길 빵집에서 곰보빵을 나누며 아름답던 추억도
돌이켜 더듬기엔 낯설게 변해버린 지금에 와서
그래도 애틋이 기억되길 비롯한다면
노을이 가고 깜깜한 시선처럼
간직해 온 기억 또한 그리 될까, 두려워

함꼐 걷던 정동길 추억을 잊히기 전에 잊어야겠다

하루하루 어깨를 마주했던 추억이기에
또 한 계절 오갈 때마다 생각이 나서
쓸쓸한 그리움에 기대 살지라도
사라진 기억 빈 마음일까가, 더욱 못 견딜 것 같고
그래도 내 의지로 잊어주는 추억이
긴가 민가! 흰 여백만 남아
흔적 없이 잊힌 추억보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편집등록  성우혁     BGM - 이동원(다시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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