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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

내 온갖 기억을 이별로 쓰는 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0. 7.

내 온갖 기억을 이별로 쓰는 밤
趙司翼  

잦아지는 고통으로 신의 영역을 배회하는 밤이면
핏물 붉게 흐르는 강을 마주칠 때마다
의지만으로 견딜 수 없어

일기 한 장을 뜯어보면
그때만 해도 사실을 적시하지도 못한 채
서슬 퍼런 시대의 물결에 치어
뚝뚝 피 흘리며 텅 비어 있는 원고지를 보게 된다

육칠십 년대 원고의 자유를 억압받던 때라서
당시의 이런 기억 모두 죽어야만 오는 새벽
오늘 밤엔 지난 일들이 별보다 높아 있고
잊고 있었던 기억이 이렇게까지 가슴 후빌 줄이야
그 어떤 말보다 꺼져가는 숨소리만 기억되는
어둠을 웅크린 친구 생각이 가슴 아프다

독재를 타도하던 시대의 지성들이
죽음의 물결로 육칠십 년대를 흘렀었는데
바이러스가 요즘을 지배한 세상에서
브라이튼의 밤을 또 한 인생이 빗물처럼 흘러간다
가슴 떨리는 당시를 쓸어안고
이 모든 기억을 이별로 써야 하는 보스턴의 밤

2022.09.21 Brighton, Boston

 

 

 

  편집등록   신유라    BGM - Paul Mauriat (Le Ruisseau De Mon Enf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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