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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

몽조아 생 마르탱을 떠나오면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9. 5.

 

몽조아 생 마르탱을 떠나오면서
Montjoie-Saint-Martin

아직은 먼 듯 가까이에 와 있는 가을 햇살처럼

조만간 이 숲에도 가을이 찾아오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겹쳐
바람 차갑다 싶어질 즈음 하나, 둘, 찬 서리 솟으면
잎 진 산과 숲 그리고 비탈진 언덕에도 겨울이 올 텐데
혹시 모를 가을날의 추억 잊지 못해 만고풍상을 머리에 이고
빌딩 허전한 거리에서
철학자가 되어 자연의 원리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거리 노천카페 귀퉁진 자리에 앉아서
기억 혹시 흐릿해질까 싶은 두려움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닥치는 대로 거리 풍경을 그리면서
작년 이맘때 다 그리지 못했는데,
시간 따라 떠나버린
그 가을 하늘은 어디쯤에 와 있을지!
먼 하늘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 들의 숨 가쁜 여행길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또 다른 숨결처럼 헐떡인다

고추잠자리 춤사위 따라 계절의 한 부분이 떠나고
시간은 얼마나 빨리 가는지!
깨닫는 순간 어제는 이미 오늘의 과거가 되고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짙은 안개 뿔뿔이 흩어질 때
가지에서 대롱거리는 잎사귀를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바람처럼
나 또한 어느 하루를 잊지 못해
중얼중얼 이정표 없는 거리에서 방황할지 모른다

몇 날이 지났는지! 예 온 지 수 날이 지났음을 말해준다
생 마르탱까지 먼길 찾아와 준 친구들과의 작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글 쓰며 그림 그리며
손마디 부단한 놀림을 하게 해 준 산과 들, 포도밭이렁들도 그렇고
심지어 산길, 들길 오가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담아갈 수나 있을지
글로 그림으로 양껏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오려니 보따리가 너무 헐렁하다
챙기지 못한 이 많은 흔적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
가족 모두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마누리는 이곳에서의 풍진 자연을 챙기겠단다
말 꺼내기도 전에 딸내미는 운송료 먼저 흥정을 걸어온다


며느리도 챙기겠다기에  "너는 애들만 잘 챙기면 된다" 하고
4살 배기 손녀에게 너는 뭘 챙기겠느냐고 물었더니
포도 하고 마크롱을 챙게 가겠단다

웃고 웃으며 , 또 웃다가
손녀의 말 한마디에 가족 모두 홀가분히 돌아간다

 

2021.08.20

 

 

   등록    신유라         BGM -  Enrico Macias (olenzara 추억의 솔렌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