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일기 . 民泊 日記
어서 오세요, 몇 명이 자고 갈 건데요?
세 명정도 이부자리는 되오니 하룻밤 묵고 가시구랴
내, 이렇게 늙고 볼품없어도 음식도 깔끔하게 허고
보기보다 지저분하지도 않다오
그리고 마을 어귀 들어오면서 정자나무 근처가
삼천여 평 되는디, 다 내 땅이라오
저기 앞산 솟대처럼 생긴 바위 보이죠
우리 영감님도 그곳에 계시는디
만여 평은 훨씬 넘는 게 좌다 우리 선산입니다
자식은 사 남매를 두었는데 다들 결혼하고
서울, 대구, 울산으로 나가 있소만
어므이 고생한다고 서로 모시겠다는 걸 내가 싫다고 했소
나는 고향이 좋습디다
괜히 자식 따라 도시로 갔다가
부모 자식 간에 의(義) 상하고 형제 동기간 웬수 되고,
거, 텔레비전 보면 노인네들이 처신을 잘못 헌 것이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안 헙디까
늙어서 촌 생활이 어찌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만
그래도 고향에 있으면 허물없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습디다
길 건너 봉자 할멈도 있고,
또 뭐시냐! 잉~! 저기 빨간 양철 지붕 보이지요
창수영감 혼자 사는디 성질 머리가 불 같아 그렇지 참 좋은 친구랍니다
아이고 내가 젊은이들 앉혀 놓고 뭐 하는 짖이다냐
나 깔끔한 노인네이니까
지저분하다 생각 말고 하룻밤 펜히 쉬어가세요
참, 어떡컨댜!
뒷간이 불편 허겠네 물 쓰는 화장실이 아니고 재로 덥는디
하룻밤이니까 불편해도 그냥 지내시구랴
그리고 정 불편하면 문밖으로 나가서 일 보세요
저녁이면 산짐승이 내려와 다 먹어치우니께 하룻밤이야 뭐 어쩔라고
그나저나 다들 뭔 일 하신가요
우리 큰사위는 조선소냐, 뭣이냐, 거기서 높은 자리에 있고
막내딸은 울산에 사는디 아파트에서 통장 일하고
셋째는 서울서 학교 선생질 허는디
애터지게 가르치지도 않았는디 지 애비 닮아서 다들 똑똑해요
즈그 아버지가 동네 이장을 30년 넘게 했는디
원체 술을 좋아하는 양반이라
간이 안 좋아서 1년 아프다가 하늘로 가부렀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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