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닌 알프스에서
趙司翼
유령들 포옹 속에 피를 나누며
내 영혼을 살해하고 땅 속 깊이 봉인한 밤이었다
스치듯 새벽 별 마주치는 순간
도망하듯 상처뿐인 밤이 귓전에서 멀어져 간다
땀내 흥건했던 밤을 머리맡에 내어 놓고
심장 뿌리 깊은 피의 범벅에서
어둠 뒤에 숨은 새벽이 보이는 순간
악몽으로 떨었던 밤 마지막 물결이 가고
산 여우 밤새 울던 텐트 밖
보라 빛 라벤더 향이 안갯속을 바람처럼 날아간다
선돌인지 묘비석인지
주변 공기가 희소하며 삭막해진다
잠자리는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 산악대대의 매몰지였다
표지판이 4군데나 있었어도
날 어두워 접근금지 표식을 보지 못하고
수만 유골 무덤에서 악몽의 밤을
2017년 3월 18일
야영지였던 몽블랑 드 셰이론(Mont Blanc de Cheilon)은
스위스 발레 주에 위치한
해발 3,870m 높이의 페닌 알프스 그에 위치해 있으며
산 정상부는 빙하로 덮여 있는데
북쪽에는 셰이롱 빙하
서쪽에는 지에트로 빙하
남쪽에는 브레네이 빙하
동쪽에는 치지오레라는 죽은 자들 영혼이 잠든 곳으로
일체의 취식 및 취침을 금지하고 있는데
간밤 일몰 직전 하산하면서
고도 500M 지점에서 텐트를 치고
그 많은 유골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악몽뿐인 끔찍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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