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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번역시

오세영 . 나를 지우고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10. 10.

 

오세영 . 나를 지우고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이슬을 지우면 안개가 되고,
안개가 안개를 지우면 푸른 하늘이 되듯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Erasing Myself   by   Oh Sae-young
On the mountain,
to live along with the mountain
is to become the mountain
If a tree erases itself,
it becomes a forest;

if a forest erases itself,
it becomes a mountain.
On the mountain,
to live befriending the mountain
is to erase myself.
To erase myself
is also to erase you,

like a bellflower that blooms
by burning up longing
all night long.
When dew erases itself
it becomes fog;
when fog erases itself
it becomes a blue sky.

Likewise, on the mountain,
to live along with the mountain
is to erase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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