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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시 . 종합

오장환 . 영회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1. 21.

오장환 . 영회
후면에 누워 조용히 눈물지어라.
다만 옛을 그리어
궂은비 오는 밤이나 왜가새 나는 밤이나
조그만 돌다리에 서성거리며
오늘 밤도 멀리 그대와 함께 우는 사람이 있다.

경(卿)이여!
어찌 추억 위에 고운 탑을 쌓았는가
애수가 분수같이 흐트러진다.

동구 밖에는 청냉한 달빛에
허물어진 향교 기왓장이 빛나고
댓돌 밑 귀뚜리 운다

 

다만 올라
그대도 따라 울어라

위태로운 행복은 아름다웠고
이 범 영회(詠懷)의 정은 심히 애절타
모름지기 멸하여 가는 것에 눈물을 기울임은
분명, 멸하여 가는 나를 위로함이라.
분명 나 자신을 위로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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