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 Kenya Nairobi
몸통을 휘두른 먼지바람 겨우 버티며 걷는데
먼발치 소녀가 물웅덩이로 미끄러진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소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은 미소로 감사인사를 건네는 소녀
젖은 소녀를 보는 순간 사막의 풀포기보다 야윈 몸,
물병 건네며 황톳길 걷다 보니
듬성듬성 마을을 이루고 있는 어느 한 집
수백 년 산다는 바오밥나무 땔감으로 썼는지
몸통 높은 곳까지 도끼 자국 난무한 고목나무 기둥 삼아
황토와 소똥으로 버무린 흙벽돌 오두막
세간살이라곤 냄비 몇 개와 숟가락,
그리고 물 긷는 페인트통 3개가 전부이다
아버지, 어머니, 두 동생,
웃을 일이라곤 눈 부라리고 둘러봐도
어느 한 곳,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삭막함뿐인데
나를 바라보는 10개의 눈동자가
어느 설산 계곡을 흐르는 빙하순들 이보다 더 맑을까
도보여행 중이라 무게 줄이려고
배낭 가볍게 한 것이 못내 아쉽고 후회스럽다
빈약 헤서 어떡하지!
탈탈 털어도 초라할 텐데, 샘물 한 병 남기고 모두 내드렸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노라고'
다시 올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섣부른 약속은 하지 못했다
이들 모두 껴 앉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심장서 우러나는 진심이 가슴까지 전해온다
소녀 'Niira Mogaka'의 눈물을 보았다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아서서 내내, 고인 눈물 꾹꾹 놀려 참으며
편집등록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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