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모두 잠든 병원 뜰에도, 공원 숲에도, 밤새 불 밝히는 장례식장 앞마당에도,
이렇게 실비 내리는 밤에는 낮 내내 병마에 시달린 모두는 영혼과도 같은 안식이다.
숲 짙게 익어가는 계절 안에서 희디흰 여백과도 같은 허공에
실비를 동반한 바람 불어오는 밤이면 시간에 삶을 의지한 채
마음속엔 나선형 시계추가 흔들리고
나는 천사와도 같은 미학자가 되어 바이올린 같은 선율의 밤을 만든다.
비가 내린다. 밤 내내 실비가 내린다
이처럼 토닥거리며 내리는 빗소리 들으며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병실마다 기적과도 같은 새날이 밝았으면 좋겠다
약 냄새 말고,
옥양목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는 밥풀 냄새를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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