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수 . 등불
존엄의 거룩한 등불 이
문틈으로 새어나오다가
한줄기 폭풍에 꺼져 버렜습니다
옛날 조상께서 처음 켠 그등불이
그동안 한번도 꺼짐이 없이 이 안을 밝혀왔습니다
그들은 그 빛을 보면서 옛일을 생각 하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였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어둠속에서
촛불을 켜는 이 있으니
또다시 밝이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 등잔에는 기름도 많이 있고
심지도 퍽이나 기오니
다시 불만 켜진다면
이 집은 오래 오래 밝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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