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 국경의 밤
제1부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ㅡ 갔다 ㅡ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제1부 2장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 ㅡ 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림실이 벌부떼 소리언만.
편집등록 . 신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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