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
趙司翼
잠든 밤을 소리 없이 대지가 열리고
먼동에 밀린 어둠이 허공에 얼굴을 묻고 몸을 숨긴다
흰 서리 새벽 아침 해 굵어지면서
잎에 내린 밤샘 서리가 뚝뚝 녹아 흐르고
흙냄새 짙게 서린 매화나무 가지마다
흰꽃들이 악보처럼 널려 있고 눈발처럼 휘날린다
생기 가득 남촌 따라 찾아온 봄
꽃향기 환희로운 지금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멈춘 영역이 아니고 서야
그렇게 또 떠나고 보내야 하는
꽃잎 노을빛으로 익어갈 즈음이면
봄과 이별로 울어야 하는 슬픔이 있다
밭고랑을 고개 숙인 갈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날이면 그럴 것이다
2024.03.15 - New York Pelham Bay Par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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