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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그레이트 베이슨 . Great Basin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8. 4.

그레이트 베이슨 . Great Basin

趙司翼

누가 이렇게 푸른 초원이 둥지를 떠나게 하였는가
내 기억을 흐르는 추억이 사라진 자리는
박제처럼 표백으로 굳어진 가문비나무와
말라 엉킨 풀더미 쓸쓸한 갈색 초원
붉은 모래에 반쯤 묻힌 밀짚모자에게
어디로 갔느냐고, 주인의 안부도 묻지 않고
언제 돌아온다 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풍경 모두 외로움만 더욱 커지는 빈 목장
어차피 인생은 고독한 수행을 동반한다지만
오늘 하루가 휴면으로 가는 붉은 대지는
달빛이 캐스팅한 바람의 그림자만 간간할 뿐
어두운데, 여러 목장이 떠나버린 빈 들판
죽은 나무 마른 가지는 거미줄만이 희끗거리고
목장을 떠난 친구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적갈색 모래 먼지 피어오르는 지평 멀리 열리는 하루
듬성듬성 농장 울타리는 녹이 슬고
철망에 맺힌 아침 이슬에 익숙한 듯
깔따구들이 벌떼처럼 몰려와서 목을 축인다
이 모든, 상상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평원을 날아가는 흰머리 수리 몇 마리가
햇살로 그린 그림자가 땅의 유일한 움직임이다 

뭐가 이렇게 푸른 초원을 핥켜 놓았는지
친구와 쌓인 추억 모두 숨통을 잘라
'그레이트 베이슨' 목장 벌판에 내 던지며
동무 간 곳 모르니
Wyatt John!
너의 이름 부르는 소리 슬퍼서
나 홀로 눈물 흘리고 떠나노니 


 

 

Great Basin(그레이트 베이슨)은 미국 서부에 위치한 곳으로
네바다, 유타,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오리건, 와이오밍, 캘리포니아의 일부에 걸쳐 있다

처음 인터넷으로 알게 된 '와이어트 존'
'그레이트 베이슨'의 목장을 인터넷서 보고 메신저를 신청하였다

2004년 처음 알게 된 후로 휴가철이면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일주일씩 머물면서 친구관계로, 호형호제하며 지내왔는데
일본에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7년여 친구 목장을 방문하지 못하고 SNS로 소통하며 지내왔는데
2016년 새해 들어서부터 연락이 끊겼다

2016년 여름방학 때 일부러 일정을 만들어 가족과 함께 목장을 찾아갔는데
목장은 없어지고 황량하기가 이를 데 없는 목장 흔적만 남아 있었다
당시 인근 농장이 4군데였는데 무두가 없어진 허허벌판이었다

과거 방문할 때마다 토네이도급 바람은 더욱 심해지고
비 내리는 날이 점점 줄어든다며
언제까지 목장을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했는데
친구의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근처 호텔에서 일박을 하고 돌아오는 날
유가공 협동조합에서 친구 Wyatt John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겠다 싶었으나
만약에 혹시라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될까 두려워서
생전의 친구로 기억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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