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흑산도 슬픈 연가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9. 14. 13:09

 

흑산도 슬픈 연가

趙司翼

바다 품을 파고드는 쉴 새 노을 멀리
파도 떼가 갈팡질팡 눈덩이처럼 밀려들고
깊은 어둠 물결 휘몰아치는데
등불 몇 개 뱃머리에 걸고 새벽까지
홍어 잡는 어부는 텅 빈 시간을 그물에 싣고
어둔 바다만 훌쩍훌쩍 파먹고 돌아오기 일쑤라 했다

이런 흔히 말하는 번뇌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아니다

홀로 쓸쓸해도 울컥하지만 않으면 된다


흑산도 앞바다 파도 출렁이는데
머리맡에 새벽 별을 풀어놓고
바다와 한 몸 되어 있는 동안
섬사람들 서러운 인생 이야기가
깊은 소리 없이 서성거리고 있다

2016.08 - 흑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