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文學 . 2022년 . 2023년

운명을 밟고 서서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5. 6. 20:13

 

 

 

운명을 밟고 서
趙司翼
예저기 흩어져 소리 없이 안개 비는 내리고
빗방울 스쳐 지나간 이팝나무 가지에서
싸락눈처럼 우수수 날리는
꽃잎 젖어 구르는 풀밭 길엔
시들어 가는 달맞이꽃 제철의 아픔이 깃들였다


안개 비 내리는 빈터에서
훗날의 표지판을 다시 한번 훑어보며
어느 길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봄날은 가는데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같은 세월이

내 인생에 디딜 때 출발처럼
결사했던 여러 기약 모두 저버리고
앞날의 불분명한 파도에 쓸려
푸른 계절을 배회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