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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가난한 사람에게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To the Poor Person by Chung Ho-seung Today again, for you I hung a lamp outside the window. Today again, I couldn’t wait for you any longer and I hung a heart outside the window Night has come, wind blows and at last s.. 2022. 11. 21.
오늘도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오늘도 내 마음 같지 않아서 趙司翼 하루가 저물 무렵 그 끝으로 노을이 지고 바둑판처럼 모습을 한 누런 들녘 바닥이 드러난 가을걷이 남은 흔적엔 모습을 잃어가는 허수아비가 홀로 쓸쓸하다 저물어 가는 햇살 붉게 물든 낮은 언덕 아래 작은 마을에서 여러 색을 하고 피어 오른 저녁연기가 초저녁 바람과 몸을 바꿔가며 어두워 가는 하늘 저 멀리 사라져 간다 풀로 무성했던 들판이 작은 파도처럼 물결 지는 곳 차가워진 바람은 소리 없이 굳어가고 잔디가 말라 고개 숙인 언덕배기엔 쭈그리고 밤을 준비하는 할미새의 침묵뿐이다 초저녁 달이 뜬 하늘 아래 갈기갈기 날개를 펴고 기러기 나는데 어두워 가는 하늘 먼 곳서 은빛 치장을 하고 별이 무성해온다 편집등록(신유라) . BGM - Schumann (Traumerei) 제목 2022. 11. 21.
곽재구 . 사평역(沙平驛)에서 사평역(沙平驛)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2022. 11. 20.
서정주 . 푸르른 날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A Blue Day by Seo Jeong-ju On dazzling shiny days Let us long for the loved ones. The autumn flowers have fallen and The tarnished green is tinted by maples. What if it snows? What if the spring returns? If I die and you live! If I die and .. 2022. 11. 20.
日記 (남겨진 시간) 남겨진 시간 趙司翼 알고 있기에 익숙할 때도 되었는데 올가을도 그렇다 푸르기만 했던 나무들이 황금색으로 변할 때 평생 처음이 듯 이토록 멋진 경험을 하면서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때 짝꿍을 비롯 어릴 적 기억들이 산불처럼 되살아 나곤 했는데 가을이 떠나겠다고 한다 갈바람에 쌉싸래이 민들레 늙은 향기 속에 색색의 나뭇가지 비밀스런 왈츠 춤 별이 총총한 하늘 더욱 성숙한 달빛이 첼리스트가 되어 소나타 은은한 선율을 선물 하고 그러했던 여러 추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은 문득 내가 마음 둘 데가 없다 며칠 전부터 가을이 붉은 가슴을 높은 하늘에 헹구기 시작한다 올 가을과 이별을 말할 때가 온 것이다 퇴색한 이파리가 낯선 거리에 구를 것을 생각하니 오늘 밤에 그리다 만 가을 캔버스도 접어야 할 것 같다 .. 2022. 11. 19.
김기림 . 길 길 . 김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 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 2022. 11. 19.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 생명의 시편 생명의 시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슬픈 숫자로 나에게 말하지 마십시오 인생은 공허한 꿈에 불과합니다 잠자는 영혼은 죽었고 그리고 사물은 보이는 것과 다릅니다 인생은 진짜이며 진지합니다 그리고 무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뿐 영혼에 대해 말하지 않았습니다 즐거움도 슬픔도 아닌 우리의 예정된 마지막 가는 길인 가요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오늘보다 더 먼 곡까지 우리를 찾아야 합니다 예술은 길고 시간은 덧없고 그리고 우리의 마음은 건강하고 용감하지만 여전히 숨이 막히게 북을 두드리며 장례식장 무덤으로 행진합니다 세계의 넓은 전장에서 인생의 야영지에서 아무 말 못 하고 몰리는 소처럼은 되지 마세요 투쟁에서 영웅이 되십시오 미래를 믿지 마십시오 죽은 자들로부터 과거.. 2022. 11. 19.
趙司翼 . 나 떠난 후 나 떠난 후 趙司翼 나 떠난 후 누가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 쓰지 못한 얘기, 상형문자 풀지 못할 흔적들만이 세월 떠난 자리에서 외로울 텐데 나 떠난 후 누가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방랑의 세월 살다 간 그 자리에는 고독한 삶의 흔적들만이 알 수 없는 언어로 쓸쓸할 텐데 나 떠난 후 누가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람으로 살다 간 자리는 낙엽들만이 눈바람 타고 와 그립다는 말 한마디 새겨 놓고 가면 그렇게 또 홀로 홀연할 텐데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11. 18.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趙司翼 질서가 조화로운 탐욕에 눈이 멀어 빠가 빠지게 심장 터지도록 산을 찾는 것은 살이 떨리게 공평한 너의 의미가 부러워서 이다 빛나고자 눈이 멀고, 누리려만 하는 속물일 뿐 인간에게는 스스로가 될 수 없고 가까운데도 멀기만 한 인간 세상 자연아! 너처럼만 우리도 가질 수 있다면 법망을 들이밀며 심판하고, 언약을 하고 도장 찍는 그물망으로 칭칭 매인 이러한 모든 약속의 행위는 무의미할뿐 쓸모가 있을까 이끼가 무성한 계곡이 흐르고 연막처럼 피었던 안개 걷힌 여러 골짜기 너나 할 것 없이 조화로이 아름다운 합창소리 들으며 희망 일 뿐 가질 수가 없어서 내 마음은 머나먼 모습이 되고 만다 자연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인간의 그릇된 마음은 없고 스스로들 조화로운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산새들.. 2022. 11. 18.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 Auschwitz concentration camp 趙司翼 홀로코스트, 그 많게 억울했던 슬픈 영혼은 지상 최악인 악몽의 시간만 남겨 두고 비밀처럼 수용소는 오늘도 아무 말이 없다 봄이 푸르게 피어가던 삼월 어느 날 시간이 기억하고 땅이 기억하는 여러 흔적들 속에서 당시의 뼈아픈 역사를 나는 보았다 철조망 울타리, 백만의 피범벅이었을 병영, 벌집처럼 총알구멍과 산더미 같은 신발들 저승사자 아가리를 하고 있는 오븐과 가루가 되어 묻힌 흙구덩이 침울하게 쓸쓸하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들어서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울분이 폭발하며 뼈마디가 부러지고 파열하는 장기의 뒤틀린 고통이 아프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눈두덩을 흐르고 당시가 헤매며 입이 마르고 혀가 말린다 통곡의 절규로 타오.. 2022. 11. 18.
월트 휘트먼 .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월트 휘트먼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우리의 두려운 여행은 끝났습니다 배는 모든 선반을 통과했고 우리가 찾던 상품을 얻었습니다 항구가 가까워지고, 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두 환호하고, 꾸준한 용골을 따라가는 동안 그 배는 으스스할 정도로 대담했습니다 그러나 오 마음이여! 오 피를 흘리고 있는 붉은 방울이여 갑판 위에 누워 있는 선장님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일어나서 종소리를 들으세요 당신을 위하여 깃발을 올리고 나팔 소리를 울리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꽃다발과 리본이 달린 화환이 해안가에 붐빕니다 북적대는 군중들, 애도하는 얼굴들이 당신을 향합니다 여길 봐요! 선장 아버지! 머리 밑에 팔베개가 있습니다 갑판 위에는 보이지 않는 꿈이 있.. 2022. 11. 17.
아름다운 삶! 요즘 세상을 살아가면서 빠르게 변하는 세상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침묵과 무관심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말고 관계를 모색하십시오 복잡한 세상일수록 당신의 의견을 분명하되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하십시오 둔하고 무지한 사람까지 포함하여 다른 사람 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의미하게 목소리만 높이고 공격적인 사람은 피하십시오. 이미 그들은 평정심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결국 얻게 되는 것이라곤 자만(착각)에 빠지거나 그 반대로 자신의 경쟁력마저도 발견하지 못하고 비통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 구성원은 자신보다 .. 2022.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