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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趙司翼 푸른 밤도 눈을 감고 침묵하는데 내리는 눈이 헛되이 몸만 괴롭히는 이러함에서 비롯된 풍경이 내 마음 같지가 않고 대지가 몸을 떠는 한밤 내리는 눈 얼룩무늬 창유리에 매화꽃을 걸어 놓았다 이걸 보면서 더욱 외로워만 오는, 나는 어찌할 수가 없어서 칠십 년대 겨울 이야기를 흩트려 달빛 창에 나열하며 꾹꾹 눌러 다시 한번 써 내려간다 냉기(冷氣) 꾸역꾸역 겨드랑이를 파고들던 밤 화로 맡에서 고구마 구워주시던 할아버지와 정다웠던 추억이 사각사각 밤을 적시는 눈(雪) 소리에 또 다른 그리움 되어 눈가를 스쳐 흐른다 고요함 너무 깊어 별처럼 가로등 흔들리는 이 밤에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12. 21.
매튜 아놀드 . 도버 해변 매튜 아놀드 . 도버 해변 오늘 밤에는 바다가 고요하다 밀물은 차오르고 해수면 위에 뜬 달 해협에서, 프랑스 해안의 빛 빛나려다 말고 사라져 간다 영국 해안 절벽이 우뚝 서 있고 눈 부시게 광활한 고요한 만에서....... 사랑이여, 우리 진실되게 살자 서로에게, 우리 세상을 위해서라도 꿈나라 같은 우리 땅에 누워서 이렇게 다양한, 너무 아름다워서 새로운 사실 기쁨도, 사랑도, 빛도 없고 평화에 대한 확신도 없이 그 어떤 고통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이며 그저 어둔 평원에 있는 것처럼 그러할 뿐 비행기 폭격소리로 당황스러운 혼란 속에 무장한 군대가 밤마다 충돌하는 곳 Dover Beach by Matthew Arnold The sea is calm tonight. The tide is full, the m.. 2022. 12. 21.
크리스토퍼 몰리 . 봄날 낙엽을 태우다 봄날 낙엽을 태우다 . 크리스토퍼 몰리 말라버린 이파리들이 화염에 휩싸이고 모닥불에선 푸른빛 연기가 피어올라 덤불 사이로 스며들 때 호박색 가을날이 상큼하고 푸른 숲 사이로 내려앉는다 저들 희미하게 녹아내리는 유령의 숨결 어린 새싹들이 보는 앞에서 낙엽들은 행복한 죽음을 맞고 나의 모든 추억도 저 모닥불 속으로 사라진다 혼란스럽던 시간 모두 불에 타버렸다 하지만 그을린 시간의 유령들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영원한 아름다움은, 다시 너에게로 돌아간다 Burning Leaves in Spring by Christopher Morley When withered leaves are lost in flame Their eddying ghosts, a thin blue haze, Blow through the thic.. 2022. 12. 21.
조병교 . 이 좋은 봄날에 7 조병교 . 이 좋은 봄날에 7 잔바람에 흔들리는 이슬비는 질척이며 벚꽃 이파리와 벗이 되어 허공을 삼키는데 따사로이 꽃눈 맞으며 봄 거리를 거닐고 있네 오동잎 사이로 뭇별이 더덩실 발디뎌오면 달빛은 허공 아래 펄럭이며 자취를 흘려놓고 풀 섶에 돋아나던 이슬은 단꿈을 적시네 수 백 년 후까지 좋은 밤이 줄지어 열리면 구름머리 밟고 가는 보름달이 때때로 돋아 허공을 마치 제집인양 들락거리려나 머리 위에 가만가만 떠도는 철새 한 무리도 술렁이는 바람을 타고 귀향을 헤아리는데 오늘따라 하현달이 늦게 돋아 잠 못 이루네 편집등록 . 신유라 제목 2022. 12. 20.
日記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趙司翼 심장에 비수를 꽂는 아픔보다 더 한 고통의 4반 세기, 존재에 대한 갈등의 눈 떴을 때 조상을 원망하며 울어야 했던 세월 정체성 혼란으로 칠흑 같은 터널에 갇혀 있을 때에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도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이방인이라고 외면당하고 더러운 비아냥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훗날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참지 못할 고통이 어깨를 짓누를 때면 익숙하지 못한 선술집에서 술잔을 비우며, 잠시 일탈로 상처투성이인 자아를 달래며 꿈을 키웠었는데 자이니치는 비 내리는 ‘사이타마현 요리 이 마치’ 하늘을 보며 한숨만 내 쉰다. 인격은 실종되고 배타가 우글거리는 열도에서 집단 따돌림과 비아냥이 너절 부레 한 일본에서 배회하는 자이니치 눈물이 슬프다. 계절 색을 보지 못하고 바람소리 .. 2022. 12. 20.
어메이징 그레이스 (첼로)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2022. 12. 19.
오장환 . 석양(夕陽) 오장환 . 석양(夕陽) 보리밭 고랑에 드러누워 솟치는 종다리며 떠가는 구름장이며 울면서 치어다보았노라. 양지짝의 묘지는 사랑보다 따스하구나 쓸쓸한 대낮에 달이나 뜨려므나 죄그만 도회의 생철 지붕에…… 2022. 12. 19.
월리엄 워즈워드 . 수선화 수선화 . 월리엄 워즈워드 높은 골짜기와 언덕을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던 나는 무리 지어 피어있는 황금빛 수선화를 보았네 호숫가 나무 그늘 아래서 산들산들 무리 지어 하늘거리며 춤추는 것을 빛나는 은하수 반짝이는 별처럼 줄지어 핀 수선화들, 호숫가 가장자리에 무리 지어 핀 만송이 수선화 꽃 멋진 춤사위로 꽃송이가 흔들린다 그 곁 호수의 물결도 춤을 추지만 반짝이는 물결인들 꽃들만하리요 이토록 유쾌한 무리를 보며 흥겨움만 더해지는 나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고 쳐다볼 뿐 진정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업치락 뒤치락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시름에 잠겨있을 때 마음속에서 번뜩임을 느끼나니 그게 고독이 가져다준 행복이었음을 비로소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Daffodils by Wi.. 2022. 12. 18.
에밀리 디킨슨 . 하늘 낮게 흐르는 구름은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Emily Dickinson)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A travelling flake of snow Across a barn or through a rut Debates if it will go. A narrow wind complains all day How some one treated him; Nature, like us, is sometimes caught Without her diadem. 하늘 낮게 흐르는 구름은 . 에밀리 디킨슨 낮은 하늘, 구름이 날아오른다 흩날리는 눈송이 허공과 허공 사이를 휘저으며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맴돈다 온종일 회오리바람이 분다 누가 자연을 성나게 했는지,.. 2022. 12. 18.
눈 오는 날의 풍경 눈 오는 날의 풍경 趙司翼 이 잔인한 계절 허공을 흔들면서 순백의 별 쏟이지듯 날리는 눈꽃이 건초 무성한 가시덤불 마른 가지 위로 무수히도 소복소복 내리는데 지금 생각이 침묵보다 깊어있는 나, 이러한데 억새 울부짖는 피의 절규가 우두둑 우두둑 내 가슴을 파고 든다 펑펑펑 눈 내리는 호남선 철길 위로 열세 칸 완행열차는 기적을 뿌리며 내달리고 나의 먼 옛날 서울로 가던 유학길 오랜 추억이 푹푹 눈의 모습을 하고 되돌아오는 호남평야 기억의 들판을 어릴 때 그 모습으로 다시 걷고 싶다 하얗게 하얗게 송이송이 쌓일수록 수정처럼 맑아만지는 눈 나도 너처럼 깨끗한 마음이 되고 싶다 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2. 12. 17.
노천명 . 고향 노천명 . 고향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고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머 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 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 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 곰방대 곰취 참두릅 홋잎 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 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망이 은 방망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는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에서 온 반마(斑馬)처럼 향수가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메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 2022. 12. 16.
로버트 프로스트 .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 . 불과 얼음 어떤 사람은 세상이 불로 망할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얼음으로 망할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갖는 욕구를 말하자면 불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또다시 멸망하게 된다면,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얼음으로 인한 파괴는 어떠할지도 알고 싶고 이 또한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었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상이 불이나 얼음으로 끝날 종말에 관한 시. "불과 얼음"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로 1920년 Harper's Magazine에 처음 실렸다. Robert Frost by Fire And Ice Some say the world will end in fire, Some say in ice. From what I've tasted of .. 2022.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