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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다 말고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다 말고 趙司翼 자고 날 때마다 잔설(殘雪)이 가고 예전 그 자리엔 봄 물결이 밀려든다 멀리서 봐도 은행나무 늙은 가지가 꿈틀거리고 매화가 필 것만 같아 꽃가슴 설레는 계곡물 녹아 흐르는 도처에서 병아리처럼 노랗게 움 터 오는 봄을 듣는다 어둠을 쪼는 굴뚝 새 부산함에 외로웠던 내 마음도 들뜬 밤이었는데 빈 하늘 햇살 헐 건 오후 지루한 화실에서 무슨 영감을 가져다줄 것만 같아 빈센트 반 고흐, 슬픈 인생과 손을 맞잡고 그리운 가슴을 해보는데도 나른하게 쏟아지는 햇살뿐인 것으로 아를(Arles)에서의 수많은 기억들만 아를(Arles)은 남프랑스 작은 마을로 1886~1888년 사이 파리에서 동생 테오와 함께 살았던 반 고흐 활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고흐가 남프랑스.. 2022. 12. 28.
조지훈 . 새아침에 To the New Year With what stillness at last you appear in the valley your first sunlight reaching down to touch the tips of a few high leaves that do not stir as though they had not noticed and did not know you at all then the voice of a dove calls from far away in itself to the hush of the morning so this is the sound of you here and now whether or not anyone hears it this is where we have come.. 2022. 12. 27.
윤동주 . 눈 윤동주 . 눈 지난 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 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Snow by Yun Dong-ju Last night snow fell abundantly: on the rooftops, on the paths, on the farms. Perhaps it is a blanket that keeps us from the cold. That’s why it falls only in the chill of the winter. 번역(조사익) . 등록(성우혁) 제목 2022. 12. 27.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머리 위로 무수한 거리가 쏟아지고 그 거리서 투쟁이 익숙한 어둠으로 득실댄다 이 도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조각하고 누가 보기엔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싶지만 절실함에 동서양 걸음이 휘황한 거리로 쓸려 흐른다 의도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넋을 버려야 압박을 견딜 때도 있다 빌딩 숲에 묻혀 지내야 하는 불가분의 시간 속에서 나락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내내 곳곳서 음탕과의 협상을 찾아 방황하지만 또한 누구는 성공으로 탈출할 줄 몰라하며 있으나마나 한 시간들이 에워싼 거리는 도박판이다 우리는 도시를 삶의 경계처럼 떠받들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우박처럼 떨어져도 처박히고 부러져도 살기 위한 몸부림은 이 악물고 견뎌야 한다 인내심을 팔아서라도 , 멍이 들고.. 2022. 12. 27.
박인환 . 거리 박인환 . 거리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 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을 뿌리자 따뜻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밖으로 끌고 간다 지금 그곳에는 코코아의 시장이 있고 과실처럼 기억만을 아는 너의 음향이 들린다 소년들은 뒷골목을 지나 교회에 몸을 감춘다 아세틸렌 냄새는 내가 가는 곳마다 음영같이 따른다 거리는 매일 맥박을 닮아 갔다 베링 해안 같은 나의 마을이 떨어지는 꽃을 그리워한다 황혼처럼 장식한 여인들은 언덕을 지나 바다로 가는 거리를 순백한 식장으로 만든다 전정의 수 목 같은 나의 가슴은 베고니아를 끼어 안고 기류 속을 나온다 망원경으로 보던 천만.. 2022. 12. 27.
日記 (2023년 새해 에는!) * 어제는 역사가 되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신의 선물이다 *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고 희망은 경험보다 우월하다 * 희망은 우리들 삶에 있어서 코드(계획, 목표)와 같은 것이다 * 훌륭한 교사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3년 새해 에는 희망을! 긍정된 마음가짐으로 세상 살고 싶어도 창백하기만 한 세상에서 앞날을 생각할 틈도 없이 너무 산만하다 목장 같던 세상 푸른 초원을 늑대 떼가 맴돌고 급기야 전염병과 역병으로 오염된 세상, 긴 호흡 하기도 두려운 하루가 다르게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없는 힘도 솟게 하는 희망이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이러한 역경에 부딪쳤을 때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나름대로 대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2022. 12. 26.
영등포동 거리에서 영등포동 거리에서 趙司翼 해 지고 뉘엿뉘엿 어두운 밤을 한숨짓는 빈 가슴을 홀로 쓸쓸한 남자의 뒷모습이 여러 이유를 부둥켜 앉고 중얼거리는 우두커니 그 만의 탄식에도 이토록 내 가슴이 미어지는데 양철문고리 바람에 우는 처마 밑을 웅크린 재색 무늬 길고양이 신음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들며 비수처럼 몹시 슬프다 골목끼리 어깨를 맞댄 쪽방촌 구공탄 냄새 진동하는 눈만 뜨면 보게 되는 울타리 너머 영등포역을 나고 드는 전철 길 부산해도 덜커덩 소리 말고 온정 내미는 손길 아무도 없다 늦은 밤 골목을 서성이는 사람들 누군가가 그리우면 영등포 역 광장으로 가고 가슴이 답답하면 빈 하늘에 시선을 두고 밤이 저물도록 이야기 할 사람 없어서 마주쳐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양철담 헐건 골목길을 돌아서며 생.. 2022. 12. 24.
Manhattan Wall Street Twin Towers they were the twins that overlooked Manhattan towers sandwiched amongst the World Trade Center me just having finished my frittata complete with tofu masticating away while looking at the television, then that irretrievable memory of imploding etched in the mind there were many a funeral held in utter shock & silence born was the letterhead of a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air tr.. 2022. 12. 23.
생드니 언덕에서 생드니 언덕에서 . Saint Denis 이 성스러운 아침이 얼마나 고요한가! 동틀 때쯤 하늘엔 구름 은밀히 그림자를 태동하고 가파른 언덕 저편을 가로지르는 트레일러, 그 아래 어디선가 유럽풍 경쾌한 음악소리와 전나무 향긋한 바람 불어오는 숲에서 평야로 달리는 계곡 물소리와 바람소리 사그락 사그락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까지 천상의 하모니다 품위 겸손이 파란 눈의 아침이 열리고 반쯤 열린 하늘 커튼 너머 동쪽서 얼굴 붉힌 어린애처럼 다소곳이 돔형 해가 솟는다 나의 머나먼 여정은 혼란과 절망을 오가며 이 웅장한 언덕서 존재에 불과한 숨결로 오늘 하루 또 어떤 변화에 직면하게 될지 ! 열 아흐레를 근심과 두려움으로 채워서일까 살아있는 숨결만으로도 고마움 외엔 생각 없는 하루이고 싶다 친구 'Antonin Art.. 2022. 12. 23.
김동환 . 국경의 밤 김동환 . 국경의 밤 제1부 1장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ㅡ 갔다 ㅡ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 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 젓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 등잔만 바라본다. 북국의 겨울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제1부 2장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어 ㅡ 이" 하는 날카로운 소리 들린다.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라고 촌민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처녀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가슴을 뜯으며 긴 한숨을 쉰다. 눈보라에 늦게 내리는 영림창 산림실이 벌부떼 소리언만. 편집등.. 2022. 12. 22.
日記 (가족 크리스마스) 가족 크리스마스 현관문에 걸려있는 겨우살이와 똬리를 한 덩굴에서 반짝반짝 고드름이 빛나고 있다 가족 모두 크리스마스트리 주위로 둘러앉아 여러 색상을 한 조명으로 물든 거실에서 건강하고 복된 일 년의 향기가 저물어가는 동안 타오르는 벽난로 주위에서 'Andy Williams'가 The First Noël을 노래 부르고 손주들, '그레이슨'과 '에밀리아' 천사처럼 환한 미소가 거실 가득 울려 퍼진다 케이크를 조각 내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쨍! 하고, 축배의 잔을 들어 올릴 때 성탄을 축하하는 웃음꽃이 집안 가득 흘러넘친다 나는 손주 둘을 무릎에 앉히고 'The Night Before Christmas'를 읽어주면서 슈가 쿠키와 코코아는 산타를 위해 남겨두기로 꼬맹이들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였다 집에서 보.. 2022. 12. 22.
토마스 하디 . 어둠 속의 유령새 토마스 하디 . 어둠 속의 유령새 나는 작은 숲 입구에 기대어 프로스트가 산신령처럼 어른거리는, 거기엔 겨울 잔해물로 스산한 황량함뿐이다 무력해진 하루의 시선, 뒤엉킨 덩굴줄기가 틈을 가르고 하늘로 향한다 끊어진 거문고 줄처럼, 그리고 출몰하는 인류의 모든 유령이 집안에서 도깨비불을 찾고 있었다 The Darkling Thrush by Thomas Hardy I leant upon a coppice gate When Frost was spectre-gray, And Winter’s dregs made desolate The weakening eye of day. The tangled bine-stems scored the sky Like strings of broken lyres, And all mank.. 202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