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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명상음악 (1) 소크라테스의 한 마디 ‘왜 나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왜 나는 건강하지 않을까? 왜 나는 머리가 좋지 않을까? 왜 나는 성격이 이 모양일까? 왜 나는 무엇 하나 잘 하는 게 없을까? 왜 나는 태어났을까? 왜 나는 가족과 세상에 짐만 될까’ 어느 날 이와 같은 의구심을 품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온 청년이 있었다. 청년이 물었다. “나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도 행복할 수 있습니까?” 소크라테스는 갑자기 청년의 머리를 물 속에 처박은 채 힘껏 눌렀다. 숨쉬기 위해 버둥대는 청년을 한참만에 물 속에서 꺼낸 다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이던가?” “숨 쉴 수 있는 산소입니다.” “황금덩어리가 소중한가, 산소가 소중한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그럼 자네는 황금덩어리보다 .. 2023. 1. 3.
북촌, 추억이 시린 밤 북촌, 추억이 시린 밤 趙司翼 눈이 내린다고,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가로등도 외로운 북촌의 야심한 밤에 태우듯 뿌려진 세종로 이글거리는 불빛 들로 하여 눈 내리는 골목길을 너는 다시 그때 모습을 하고 왔다 칠십 년대 북촌길 작은 문칸방을 단정한 학생 신분으로 세 들어 살면서 성벽처럼 굳게 다진 나의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행복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태에 있다고, 다독이던 때가 엇 그제처럼 마냥 그리운데 내가 늙어버린 것이냐 옛 추억이 나를 부른 것이냐 칠십 년대가 한 달 전처럼 차디찬 여관집 유리창을 중얼거리고 허기진 맘 추억으로 시렸던 밤 북촌 서울 가회동 하늘 위를 떠 오른 일출의 새벽 눈꽃 수부룩한 광화문 광장을 지나 두루미처럼 세종로 길을 걷고 있었다 2022.12.28 편.. 2023. 1. 3.
Luca Sulic - Gypsy Airs Zigeunerweisen 김남조 . 겨울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었던 새들이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혼령을 갖게 하오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갔었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편집등록 . 신유라 2023. 1. 1.
곽재구 . 희망을 위하여 곽재구 . 희망을 위하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께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질러오는 한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2023. 1. 1.
윌리엄 서비스 . 남자의 인생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 남자의 인생 하나님 선물로 받은 이 혼잡 한 삶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낚시, 사냥, 부랑자 생활 등.. 내 발바닥은 투쟁하듯 바삐 사는데 적합했습니다 노래하고, 웃고, 사랑하고 그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할 만큼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나는 멈춤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움직여야 했습니다 나는 친구들과 파티를 열고 술을 마시고 음탕한 여자들과 수많은 만남 밤하늘 우주 쇼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고, 알려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난 항상 그 순간만을 위해 살아왔고 손에 잡히는 대로 행동했는데 그러나 이제 나는 정원에 묻히려 합니다 좋은 터에 내가 잠들 무덤을 Henry가 파려 합니다 나는 90살이 넘었습니다 살아생전 나의 .. 2023. 1. 1.
낙동강 장림포구 낙동강 장림포구 趙司翼 초행길 강마루에 홀로인 적 없는 사람은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나의 마음 모를 것이다 마른풀 무성한 방천을 우그리고 빛발 치는 총탄 전장의 최전선보다 살벌한 길쭉한 왜가리 주둥이가 기척일 때마다 물 풀 무성한 숲을 찾아 숨어드는 각시붕어, 민물조개들의 가슴 뛰는 심장 소리는 섬돌처럼 홀로 외로운 내 모습이 되고 얼마나 애연(哀然)한 생각을 일으켰으면 갈잎들도 슬프도록 흐느끼는 밤에 문득 보게 되는, 절망의 몸부림 여러 흔적뿐인 것들로 나의 세월은 참말로 깊게 패인 상처가 많아 어디론가 절뚝거리는 긴 아픔을 살았다 검은 강을 별빛 자잘하게 물결 지는....... 물 때를 노리는 희끗희끗 점(點) 하나가 죽을 운명처럼 어둠 속을, 거기 어부의 늙은 모습이 마음 아프다 포구의 불빛은 .. 2022. 12. 31.
월광소나타 유안진 . 송년에 즈음하면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덤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등록 . 신유라 2022. 12. 31.
로버트 브라우닝 . 평생의 사랑 로버트 브라우닝 . 평생의 사랑 (I)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내 심장아 너는 걱정할 것 없어 내 마음아 너는 꼭 찾고 말터이니 이번에는 그녀 자신! 그가 숨기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커튼과 소파에서 나는 향수, 그 향수를 닦았을 때 처마 끝에 매달린 꽃장식이 새롭게 피어났다. 맞은편 거울에서 모자의 깃털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II) 하지만 하루가 저물어가면서 문은 또 다른 문으로 이어진다 나도 또 운세를 시험해본다 넓은 집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범위를 좁혀간다 그래도 똑같다. 그녀는 이미 나간 뒤이다 하루 종일 찾는데만 몰두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 너도 알겠지만 해는 저물고, 탐험할 수 있는 방은 멀리까지 이어져있고 확인해야 할 옷장들, 있.. 2022. 12. 30.
韓龍雲 . 님의침묵 韓龍雲 . 님의 沈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 2022. 12. 30.
정호승 . 그 는 정호승 . 그 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 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2022. 12. 29.
비애 . 悲哀 비애 . 悲哀 趙司翼 내 청춘 배신에 찬 오래전 기억이 겨울이면 날리는 눈처럼 속속들이 가슴이 아파서 깊게 파인 자국 지우면서도 못내 눈물이 흐른다 우주에도 아픔 있는지! 어두운 밤을 큰 달도 날개를 접고 목마른 모가지 길게 빼고 그 세상을 비척인다 후회도 말고, 눈물 없이 가자고, 이제는 하현(下弦)의 길목에서 문득 뒤 돌아봤을 적에 진동에 흔들린 후지산 영혼처럼 비애(悲哀)를 끌어안고 눈물짓지는 말아야지 편집등록 . 성우혁 제목 2022. 12. 28.
눈물의 부탁 눈물의 부탁 서울 근교에 건실한 중소기업이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나이가 드셨는데 직원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고 사랑을 베풀어주었으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해 주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출근한 경리 여직원이 금고에 있던 돈 200만원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한 여직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수사 끝에 범인을 잡았습니다. 범인은 몇달 전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평상시엔 말도 없이 일을 잘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검찰로 넘겨진 직원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판결이 있는 날 사장님은 피해자 신분으로 증언대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판사의 마지막 말을 하시라는 권유에 사장님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2022. 12. 28.